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라보엠

오페라 라 보엠 (La Bohème) 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 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로, 이번 뉴욕 메트로 폴리탄에서만 1384번째 공연일 정도로 가장 많이 상영되는 오페라 중 하나라고 한다.
보엠은 보헤미안 이란 뜻으로 당시 프랑스인들이 사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변두리 예술가 등을 일컫는 말이었다. 오페라 라보엠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들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푸치니는 1858년에 대대로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음악적 재능을 보인적은 없었는데, 우연히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고 감격하여 오페라 작곡가가 될 것을 결심한다. 이후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에 나서게 된다. 지지부진하던 그의 오페라 작곡은 1896년 라 보엠을 선보이기 시작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초연한 라 보엠은 처음부터 청중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당시 경제가 대불황 시대였을 만큼 암울한 환경에서 피어난 가난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죽음 이야기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전 유럽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오페라 라보엠은 현재 시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기도 하다. 록뮤지컬로 유명한 렌트, 엄청난 인기를 누린 시트콤 프렌즈와 빅뱅이론 등의 작품에 설정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숙소 생활이 그 예이다.
지난번 필하모닉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았던 링컨 센터는 서머타임이 해제되면서 더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광장 중간에 위치한 분수대는 여전히 생동감 있게 물을 올려주고 있었다. 오늘 공연을 볼 장소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이다. 겉모습은 현대적이고 세련돼 보이지만 내부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극장 입장은 공연시간 45분 전부터 가능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5층 구조의 약 3800석이 완비된 극장이다. 1층 오케스트라 뒤쪽의 중간 좌석을 예매한 터라 사람들이 차기 전에 미리 움직여 착석했다. 공연을 관람하기에는 무리가 없었으나 뒤쪽 좌석은 천장이 있어 좀 더 어둡고 탁 트인 맛이 없어 아쉬웠다. 다음에는 천장이 없는 앞쪽 좌석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노랫소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앞으로 앉을수록 좋을 것 같다.



공연시간이 되자 조명이 어두워졌다. 오페라 음악 지휘자가 간단하게 인사한 후 바로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음을 내더니 무대 커튼이 순식간에 걷혀 올라갔다.
오페라 제1막의 배경은 1830년 파리의 주인공 로돌포 (Rodolfo) 와 친구들이 사는 집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시인 지망생인 로돌포는 가지고 있는 원고지를 난로에 넣고 있다. 화가 마르셀로 (Marcello) 와 철학자 콜린 (Colline), 음악가 슈나드 (Schaunard) 까지 집에 모이니 가난하지만 꽤 유쾌한 분위기를 내었다. 친구들이 좀 더 분위기를 내고 싶어 하여 근처 카페로 향한다.
뒷정리를 하고 합류하려는 찰나에 아름다운 이웃 미미 (Mimi) 가 촛불을 빌리기 위해 집 문을 두들긴다. 추운 바람에 집 안의 모든 촛불이 꺼지게 되는데 달빛 속에서 우연히 미미의 손을 잡게 되는 로돌포는 미미의 손을 잡고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미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로돌포와 미미는 함께 친구들이 있는 카페로 향한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진행이 되지만 좌석 바로 앞에 스토리 라인을 알려주는 자막 스크린이 비치되어 있다. 무대를 봤다가 스크린을 봤다가 하는 것이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게 해주는 장치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스토리를 미리 숙지하고 가는 게 좋다. 공연 중간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MetOpera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에서 각 막의 장면을 가져와 봤다.

제2막은 카페와 거리의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변이 떠들썩하며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로돌포는 미미를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카페가 이미 만원이라 이들은 카페 밖으로 테이블을 들고 나와 자리를 잡는다. 모두들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막을 내린다. 2막이 끝난 후 인터미션이 약 35분간 이어졌다. 아마도 무대를 재정비하고 환복 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겠지만, 3막에서 보여줄 시간 공백에 대한 설정인 것 같기도 하다.

제3막은 추운 겨울의 광장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으로 보이는데, 미미에 대한 로돌포의 끊임없는 질투로 몇 번이나 헤어지려 한 사실을 미미는 마르셀로에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며 토로했지만, 로돌포가 선술집에서 나오자 미미는 근처에 숨는다. 로돌포도 마르셀로에게 미미의 유혹적인 행동을 비난하며 미미와 헤어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녀의 병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가난 때문에 더 병세가 악화되는 것 때문이었다. 근처에서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미미는 로돌포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온다. 마음이 약해진 로돌포는 미미와 봄까지 함께 있기로 결정하며 막을 내린다. 이후 30분간 두 번째 인터미션이 있었다.

제4막의 배경은 다시 로돌포의 집으로 되돌아간다. 로돌포와 미미의 만남이 지속되지 못했는지 로돌포는 외로움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른다. 친구들은 분위기를 전환하려 춤을 추고 모의결투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때 미미가 로돌포를 찾아온다. 이미 병세가 너무 악화되어 오래 버티지 못하는 모양새다. 친구들은 약을 사기 위해 각자 밖을 나선다. 남겨진 로돌포와 미미는 그들의 행복한 나날들을 회상하지만 그녀는 심한 기침을 하게 된다. 미미는 천천히 의식을 잃는다. 로돌포와 친구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며 막이 내린다.

원작에서는 로돌포와 마르셀로가 시인과 화가로 성공을 거두는 모습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푸치니 공식이라고 알려질 만큼 푸치니의 오페라 구성은 연인과의 사랑, 사랑의 위기, 공백기, 재회를 거쳐 주로 여주인공이 죽는 스토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워낙 비슷한 줄거리의 드라마, 영화 등이 많았음에도 오페라 라보엠은 배우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어우러져 생각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