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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달러로 통한다

by 블랙우루스 2023. 11. 26.


미국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군사력이나 최첨단 기술이 아니다. 미국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바로 달러다. 미국의 달러는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할 힘이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수록 달러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는 과정과 달러의 흐름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2차 세계 대전으로 유럽이 폐허가 된 사이 미국은 지정학적인 유리함을 가지고 무기와 물자를 유럽에 공급하자 유럽의 금이 미국으로 대거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 유럽의 화폐가치는 폭락하고 미국의 달러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보니 전 세계 금의 70% 이상을 보유하게 된 미국을 중심으로 고정환율제를 합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브레튼우즈 (Bretton Woods) 체제이다.

1944년 미국의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탄생한 이 금태환 제도의 핵심은 미국만이 독점적으로 금 태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기축통화로 발돋움하는 시점이었다. 기존의 금본위제는 각 국의 중앙은행이 금태환을 할 수 있었던 데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형태였지만 미국의 의지를 꺾을만한 국가는 없었다.

태환은 바꿔준다는 뜻으로 여기서 말하는 금태환은 금 1온스당 35불의 미국 달러로 교환해 준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고착화될 것 같던 브레턴우즈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면서부터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지속되자 달러를 교환해 줄 금이 부족하게 되면서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며 금본위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현대 경제에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 중의 하나인데, 이때부터 미국은 무제한 발권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담보가 명확했던 금태환에 비해 달러를 무제한 발행하게 되면 달러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1차, 2차 석유파동을 통해 페트로달러로 거듭나며  달러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이 아니었더라도 금태환 제도는 더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전 세계 경제가 팽창하는 가운데 각 나라가 거래에 달러를 사용하려면 그만큼 달러의 양이 충분히 늘어나야 하는데, 너무 많이 유동성을 공급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면 경제가 위축되는 트리핀 딜레마 (Triffin's Dilemma) 때문이다.

위에서 달러의 역사를 잠깐 살펴본 까닭은 금태환 시대가 끝난 현재에도 트리핀의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고 있지만 달러의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1913년에 1달러가 1달러의 구매력을 가졌었던 것에 비해 1백 년이 지난  2013년에는 그 가치가 5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달러가치가 희석되었다.  

1달러당 구매력 추이


이 때문에 달러의 가치는 장기적으로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계속 낮아지기만 한다면 달러 가치가 0 에 수렴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동안 가치가 낮아지면 일정한 시간은 다시 가치를 높이는 현상이 반복되어 달러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이 현상이 곧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으로 투영되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달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달러의 팽창과 수축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가 좋았을 때는 달러가치가 낮게 형성되었을 때이다.

돈의 가치가 낮아야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 반대로 돈의 가치가 높다면 사람들은 굳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냥 돈을 보유하고만 있어도 돈의 가치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 추이 [출처: tradingeconomics.com]


현재 우리는 달러가치가 다시 낮아지는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고 있다. 달러가치가 낮아지면 필연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달러는 더 이상 미국에 머물지 않고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줄 신흥국으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신흥국 경제가 붐을 이루게 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고, 특히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의 미래를 미리 엿본 만큼 에너지, 원자재, 금 등의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산자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판매 가격을 올려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므로 이러한 우량 기업의 지분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헤지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