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가 9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5.25% 로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인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9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3.7% 까지 둔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를 비교하여 지금 얼마나 물가가 오르고 내렸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미국 물가는 2022년 6월 9.1% 고점을 찍고 올해 6월 3% 로 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 보이는 것뿐이지 물가 자체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저 효과 (Base Effect) 가 작용한 것으로 인플레이션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재작년에 100원 하던 바나나 가격이 작년에 200원으로 오르면 100% 상승이지만, 올해 다시 300원으로 오르면 50% 상승으로 기저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300원으로 올랐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아래 미국의 Consumer Price Index 를 자료를 보면 지난 9월에 307.79 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다. 지난 80년간 평균 인덱스 값이 122 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기저효과로 인해 당장의 지표상 물가 상승률 자체는 낮춰놨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해도 상쇄할 정도의 공간을 만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가격을 살펴보면 90불까지 상승하던 가격이 80불까지 후퇴함으로써 이격 조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원유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원유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장기적으로는 신흥국을 필두로 제조업 경기기 살아나며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라 원유가격이 중간중간 조정기를 겪으면서도 길게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된다.

특히 원유 가격은 달러가치가 높으면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낮으면 상승하는 반비례 관계인데 현재의 달러인덱스는 다시 반락하는 모습이라 원유가격 상승에 더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엑슨모빌 같은 대형 기업뿐만 아니라 셰일가스 기업의 주가가 매우 탄력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 등의 대체 에너지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저축한 현금이 아직도 $1 trn (1천조 원) 가량 남아있어 당분간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 기업의 급격한 이익감소를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고용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이유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은 미 연준이 인플레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라기보다는 후반전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올해는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이 작아 보이지만 내년 1분기 이후에는 분모 수치가 작아지므로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시 원자재 등의 실물경제 상승으로 이어지므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고개를 높이 들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