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지금 살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도시의 근로자들이 교외로 빠져나가며 시작된 주택 구입 열풍은 이미 한차례 지나갔지만,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여건 때문이다.
미국 주택가격을 확인할 때 자주 사용되는 아래 케이스-쉴러 미국주택지수를 살펴보면 2022년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했으나 2023년 들어 재차 반등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5.5% 지만 주택담보 대출금리 (Mortgage) 는 8% 를 넘어서고 있다. 보통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일반 가계도 지출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에도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왜 고금리에도 미국 주택 가격은 상승하는 것일까?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기 집 소유자 공실률은 50년래 최저 수준이고, 임대주택 공실률 또한 1980년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마디로 살 집이 없는 것이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보통 4% 미만의 저금리로 주택 대출을 받았을 텐데, 지금 굳이 2배를 더 부담하면서 고금리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 기존 주택 판매가 급감하는 이유다.
기존 주택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신규 주택이라도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착공수가 1/4토막 난 이후 그 부족분을 아직도 메꾸지 못하고 있다.
주택난이 가속화되면서 주택 임대비(렌트)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기업 질로우 (Zillow) 에 따르면 2023년 미국 평균 렌트비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의 경우 평균 이상을 지불해야 살 곳을 찾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향후 치솟는 렌트비나 주택 가격을 억제하려면 역시 대규모 주택 공급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멸실 주택과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보통 일 년에 150만 채 정도의 주택을 지어야 주택 수급을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오르는 주택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180만 채까지 기록한 주택착공수는 이후 급감하며 150만 채 이하로 내려갔다. 위 케이스 쉴러 지수와 대조해 보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주택착공수가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하면 착공수가 줄어드는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주택 착공수가 늘어나면 집을 짓는 건설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전 수준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한 건설업 기업들의 주가는 현재 조정기를 맞고 있는데, 주택 가격 대응 및 주택 수급 해결을 위해 집을 많이 지어야 하는 만큼 건설기업들의 이익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양의 주택이 공급되기 전까지는 주택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으므로 주택 착공수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