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애플 피킹 같은 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2년 전 후지사과를 따 먹기 전에는... 당시 한 바구니에 40개 정도의 사과를 담아왔는데 겨울 내내 정말 맛있게 먹었고, 그 후로는 매년 애플 피킹을 간다.
어디로? 미나드 팜 (Minard's Farm) 으로~

미나드 팜은 뉴욕 맨해튼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거리의 Clintondale 라는 도시에 위치해 있다. 이 농장은 미나드 라는 성을 가진 가족이 경영하고 있는데, 무려 4대에 걸쳐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증조 할아버지가 일으킨 농장을 지금은 그 아들과 손주와 증손주가 함께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계승하고 번창시키고자 코넬 대학에서 사과를 연구하는 Pomology (과실 재배법) 로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사과에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코넬 대학은 Agriculture 농업 학과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농업 분야에서 유명하다.
손자는 코넬 경영대를 졸업했는데 여기서 배운 마케팅 지식과 농장에서 배운 사과 재배 기술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농장을 체험하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부모들이 매년 방문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매년 농장의 볼거리, 놀거리가 늘어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러한 농장 관광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에 보이는 마켓에서 사과를 담을 수 있는 바구니를 1개당 $26 불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바구니에 얼마나 담는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경험상 잘 나눠 담으면 40개 정도는 들어간다.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약 15분마다 트랙터가 돌아다니는 것 같다. 이 트랙터를 타고 애플 피킹 장소로 이동하는데 원하는 사과 종류의 밭에서 내리면 된다. Fuji, Snapdragon, Honey Crisp 등 여러 종류의 사과나무가 구역마다 나눠져 있다.


이동하는 시간은 10분 남짓이지만 미국 과수원의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물들기 시작한 나무와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가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꽤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원하는 사과나무 밭에서 하차하면 이제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고를 차례다. 과도를 챙겨가면 괜찮아 보이는 나무에서 사과를 골라 시식해 볼 수 있다. 맛있으면 해당 나무에서 해를 잘 받아 알이 굵고 붉그스럼한 사과를 집중적으로 담으면 된다. 그 자리에서 먹은 사과는 카운트되지 않으므로 마음껏 먹어도 된다.

원래는 후지사과를 좋아하기 때문에 올해도 후지만 딸 생각이었으나 EverCrisp 라는 사과를 홍보하기에 찾아보니 Honey Crisp 와 후지를 섞어 놓은 맛이라고 한다.
EverCrisp 는 거의 20년간 품종 개발 및 내부 시식을 통해 2017년에 출시한 사과 품종인데 Fuji 사과보다 나무당 수확량이 더 높고, 맛은 달콤 상큼하며 밀도가 높아 단단한 느낌을 줘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양손으로 바구니를 끌어올린 상태에서 바구니 위로 빼곡하게 담긴 사과 한 개라도 떨어뜨리지 않으려 조심조심 트랙터를 타고 다시 마켓 쪽으로 이동했다. 마켓 안에는 도너츠와 애플파이, 애플 사이다 등을 팔았다. 지난번엔 도너츠만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애플 사이다까지 챙겼다. 애플파이는 이미 동나고 없었다.
사과를 차에 싣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어린이들은 손목 밴드를 구입하면 농장 안쪽에 있는 놀이터에서 여러 가지 기구들은 탈 수 있는 것 같았다. 미처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아이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농장 중간에는 자그마한 호수가 있는데 그 주변으로 벤치가 비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와 먹거나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기 좋게 되어있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기온이 낮은 편이었는데도 움직이기에 아주 좋았다. 사과도 담고 농장 경치도 눈에 담고 하루 나들이하기에 아주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