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Seattle)이란 도시명은 아메리칸 원주민 추장인 Si'ahl 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인들이 처음 이곳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몇천 년 간 원주민만 살고 있었다고 한다.
시애틀은 위로는 밴쿠버-알래스카 그리고 아래로는 로스엔젤리스를 잇는 거점 도시이며, 동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항구 도시이기도 하다. 시애틀의 매력은 바로 산과 바다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자연과 도시의 여러 가지 모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데에 있다.
도시 북쪽으로는 푸겟사운드 (Puget Sound) 만이 위치해 있어 해수욕장이 즐비하며, 남쪽으로는 레이니어 산 (Mount Rainier)과 서쪽에는 올림푸스 (Mount Olympus) 산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도심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스타벅스 등 굴지 기업들의 본거지가 형성되어 있으면서도 수많은 공원과 호수가 마련되어 있어 조화를 이룬다.
시애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아마존 스피어스 (The Spheres) 사옥이다. 지구본 모양으로 건축된 아마존 스피어스는 위처럼 생긴 건물이 총 3개가 나란히 붙어있다. 건설비용만 약 4조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아마존 스피어스는 본사 직원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일반인이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안에는 약 40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었는데 식물원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그리고 처음 보는 종류들이 많았다. 꼭대기 층에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장치가 있어 최적화된 환경에서 식물이 자라날 수 있게 해 준다. 건물 전체의 채광과 통풍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다.
휴식공간과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어우러져 있어 마치 열대 우림 속에 카페를 잘 차려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곳이나 앉아만 있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존 스피어스를 나오는 길에 눈에 띈 것은 바로 바나나 스탠드였다. 아마존 직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시작한 아이디어였으나 지금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바나나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스피어스의 열대 자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이내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하여 아마존 스피어스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의 첫 번째 리저브 (Starbucks Reserve Roastery - 1124 Pike Street) 로 이동했다. 이곳은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매장인데 커피콩을 직접 볶을 수 있는 로스팅 기계와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기 때문에 꼭 한 번은 들러서 맛봐야 하는 곳이다.
다음 행선지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 으로 향했다. 한국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개념으로 1907년도에 개장하여 10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시장이다. 이곳은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데, 날씨가 너무나도 좋은 탓인지 정말 많은 인파가 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워낙 많은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실내의 시장은 인파에 밀려다닐 정도였다.
사실 시애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스타벅스 1호 점이다. 그러나 오기 전부터 줄 서 있는 사람이 많아 입장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밖에서만 구경하기로 했다.
1971년에 문을 연 1호점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기로 작정한 것인지, 많은 사람이 모여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었다. 간판도 반쯤 가려진 이곳은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보다는 커피와 텀블러 등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파이크 시장에 오면 또 들러야 할 곳이 바로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 (Pike Place Chowder) 인데, 클램차우더가 유명한 맛집이다. 한동안 줄을 서 있다가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이십여 명 정도가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올해로 20년째라는 이 식당의 안쪽 벽에는 차우더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기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주문을 먼저 하고 기다리다가 음식을 먹고 나가는 무리가 있어 간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4가지 다른 종류의 차우더가 담긴 샘플러 피스트 (Sampler Feasts) 와 랍스터 롤 (Lobster Roll) 을 맛보았는데 흰색 베이스의 차우더가 확실히 더 담백해 짭조름한 조개와 궁합이 잘 맞았다. 식사용이라기 보다는 여행하다가 중간에 허기를 달래는 용도로 찾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